쿠팡에서 일하다 보면 유난히 하루가 길게 느껴지는 날이 있다.
그렇다고 매일 특별한 일이 벌어지는 건 아니다. 대부분 비슷한 시간에 출근하고, 비슷한 일을 하고, 비슷한 시간에 밥을 먹는다. 어떤 날은 어제와 오늘이 별반 다르지 않게 느껴질 정도다.
나는 김해1센터 HUB 오후조에서 근무하고 있다. 오후에 출근해서 밤늦게까지 일하는 생활이 이제는 제법 익숙해졌다. 그렇지. 벌써 3년이 지났으니까..!
처음에는 남들이 퇴근할 시간에 일하고 있다는 게 조금 어색했지만, 사람은 역시 적응의 동물인가 보다.
남들이 쉬는 토욜, 일욜에 근무할 때면 나름 일상을 열심히 사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가끔!
이렇게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도 기다려지는 시간이 있다.
바로 저녁 7시쯤 시작되는 식사 시간이자 휴게 시간이다.

오늘도 여느 때처럼 식판에 밥과 몇 가지 반찬을 담아 와 식사를 한다. 밥과 국, 김치, 나물, 정체가 애매한 고기(?) 반찬이 담긴 평범한 식사다.
어떤 이는 쿠팡 밥이 맛없다고 하지만, 나는 그냥 그렇다.
메뉴에 대한 기대가 크지 않아서인지 맛있으면 맛있는 대로, 입맛에 맞지 않으면 또 그런대로 한 끼를 해결한다. 내 기준 별 세개는 줄만한 식사다. 우선 남이 해주는 밥을 비교적 맛나게 잘 먹는 편이다. 집에서는 내가 주방 담당이라 그런가?
무엇보다 잠시 일을 멈추고 쉴 수 있다는 게 좋다.
나는 보통 저녁 7시 반쯤 후다닥 식사를 마친다.
식사를 마치고 나면 센터내에 머물기 보다 센터 주변을 잠시 걷는 편이다. 하루 종일 몸을 움직이는 일을 하면서 무슨 산책이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체력을 쥐어짜며 일하는 것과 내 마음대로 걷고 싶은 대로 걷는 것은 분명 다르다.
누가 시키는 것도 아니고, 어디까지 가야 하는 것도 아니다. 그냥 발길 닿는 대로 천천히 걷는다.
해가 길어지는 계절에는 저녁노을을 볼 때도 있고, 요즘처럼 해가 짧아지면 이미 어두워진 센터 주변을 걷게 된다.

밤이 되면 센터 건물에는 불이 환하게 들어온다.
낮에는 별생각 없이 지나치던 건물도 밤에 멀리서 바라보면 조금 다르게 보인다. 저 커다란 건물 안에서 수많은 사람이 각자의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기도 하다.
물론 그런 감상에 오래 빠져 있는 건 아니다. 대부분은 오늘 일이 얼마나 빡셀까, 퇴근하면 뭘 할까 하는 시시한 생각들이다.
그렇게 주변을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발길이 향하는 곳이 있다.
센터 근처 편의점이다.
그곳에서 원두커피 한 잔을 내려 마시며 담배 몇 개비 피우는 게 어느새 나만의 루틴이 됐다.

커피를 사서 근처에 앉아 음악을 듣기도 하고, 한 손에 들고 천천히 걷기도 한다.
특별히 비싼 커피도 아니고, 그렇다고 대단한 맛을 기대하는 것도 아니다. 사실 커피 맛을 그렇게 잘 아는 사람도 아니다. 그저 갓 내린 싸구려 커피 한 잔을 손에 들고 잠시 쉬는 시간! 이 여유로움이 좋다.
가끔은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기도 하고, 아무 생각 없이 주변을 구경하기도 한다. 커피 한 잔과 담배 몇 개비가 가져다주는 행복. 이런 것도 행복이 될 수 있다니! 쿠팡, 참 대단한 것 같다. ㅋ
그렇게 잠깐이나마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었던 일들을 내려놓는다.
누군가에게는 별것 아닌 일상이겠지만, 나에게는 하루 중 몇 안 되는 작은 즐거움이자 행복이다.
생각해 보면 참 별것도 아니다.
저녁 먹고 산책 좀 하다가 편의점 커피 한 잔 마시는 게 전부인데, 어느새 이 시간이 기다려진다.
쿠팡에서 일하다 보면 몸이 힘든 날도 있고, 사람 때문에 피곤한 날도 있다. 별일 없이 지나가는 날도 있지만, 가끔은 별것 아닌 일에 짜증이 나기도 한다.
그렇다고 매번 불평만 하며 지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커피를 마신다고 일이 줄어드는 것도 아니고, 힘든 일이 갑자기 쉬워지는 것도 아니다. 잠시 후면 다시 들어가서 하던 노가다를 계속해야 한다.
그래도 이 짧은 시간이 있어서 오늘 하루도 그럭저럭 지나가는 것 같다.
커피를 다 마시고 나면 슬슬 발걸음을 돌린다.
다시 밝은 건물 안으로 들어가야 할 시간이다.
오늘도 특별할 것 없는 하루가 이렇게 흘러간다.
어쩌면 앞으로 써 내려갈 나의 쿠팡일지도 이런 평범한 이야기들이 대부분일지 모르겠다.
그래도 괜찮다. 매일 대단한 사건이 있어야만 기록할 가치가 있는 건 아니니까.
그나저나 다른 사람들은 식사 후 남는 시간을 어떻게 보내나?
혹시 나처럼 산책, 편의점 커피 한 잔, 담배 몇 개비가 낙인 사람 또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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