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에서 일한 지도 벌써 3년이 지났다.
3년이면 웬만한 일에는 익숙해질 법도 한데, 아직도 적응이 안 되는 것들이 있다.
물론 일이 힘들다. HUB라는 곳이 원래 타 공정보다 몸빵으로 하는 일이 많은 곳이기도 하고, 어떤 날은 정말 몸속 깊숙이 남아 있는 체력까지 쥐어짜며 일해야 할 때도 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나를 더 지치고 피곤하게 만드는 건 따로 있다.
바로 사람이다.
그렇다고 사람이 모두 싫다는 얘기는 아니다. 오히려 함께 일하면서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났다. 묵묵히 자기 일을 끝까지 해내는 사람, 힘든 상황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사람, 옆 사람이 힘들어하면 말없이 스윽 거들어주는 사람도 있다.
문제는 가끔 어디선가 툭 튀어나오는, 당최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들이다.
나는 일을 잘하고 못하고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물론 내 생각이다.
처음부터 일을 잘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나. 누구나 처음에는 서툴고,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걸린다. 나 역시 그랬을 테고. (나도 초반에는 굼뜨고 일 못한다고 사람들이 뒷담을 많이 했다더라! ^^)
그런데 일을 못하는 것과 하려는 의지가 없는 건 전혀 다른 문제다.
얼마 전에 함께 일했던 한 친구가 생각난다.
처음에는 그저 일이 서툰 초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름 열심히 가르쳐줬다.
팔레트에 물건을 어떻게 적재해야 하는지, 스트레치 필름으로 랩핑은 어떻게 하는지, 작업은 어떤 순서로 진행하는 게 좋은지 등등.

사실 대단한 기술을 가르친 것도 아니다. 현장에서 일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익히게 되는 기본적인 것들이다.
그래도 처음부터 제대로 배우는 게 좋을 것 같아 하나하나 설명했다.
그런데 이 친구, 뭔가 좀 이상했다.
방법을 설명해 줬는데도 팔레트를 뒤집어 놓고 물건을 적재하는가 하면, 랩핑도 알려준 방향과 반대로 감아 놓는다.
처음에는 실수겠거니 했다. 한두 번이야 그럴 수 있지.
그런데 비슷한 일이 반복되니 나중에는 이게 정말 몰라서 그러는 건지, 일부러 그러는 건지 헷갈릴 지경이었다.
물건 하나를 잡으러 가는 것도 어찌나 밍기적거리는지.
그렇다고 무조건 빨리하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사람마다 체력도 다르고 일하는 속도도 다르니까.
하지만 여러 사람이 함께 움직이는 현장에서 누군가 계속 손을 놓고 있으면 결국 그만큼 다른 사람의 일이 늘어난다.
그게 문제다.
심지어 화장실에 다녀오겠다며 슬그머니 나간 뒤 한참 동안 돌아오지 않는 일도 있었다. 센터 내 전체 방송으로 불러도 나타나지 않았다.
참 난감했다.
일하러 온 건지, 아니면 잠깐 시간 떼우다 일당 챙기러 온 건지.
물론 내가 모르는 사정이 있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당시 내 눈에 보이는 모습만 놓고 보면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래도 처음에는 참고 설명했다.
그런데 결국 돌아온 말이 가관이었다.
짜증 나니까 그만하란다.
순간 할 말을 잃었다.
아니, 내가 뭘 그렇게 대단한 걸 요구했나?
같이 일하면서 기본적인 것만이라도 제대로 해보자는 건데, 그게 그렇게 짜증 날 일이었나 싶었다.
바쁜 와중에 나름 시간 들여 하나하나 가르쳐줬는데 결국 돌아오는 피드백이 저러니, 화가 나기보다 현타가 오지게 오더라...!
이런 식빵!
솔직히 그때는 더 이상 무슨 말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더라.
살면서 이런저런 사람들을 만나봤지만, 이런 경험은 또 처음이었다.
물론 사람마다 일을 대하는 태도는 다를 수 있다. 누군가에게 쿠팡은 잠깐 일하고 일당을 챙겨가는 곳일 수 있고, 누군가에게는 생계를 이어가는 중요한 직장일 수도 있다.
그건 각자의 사정이고 선택이다.
하지만 적어도 함께 일하는 시간만큼은 서로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는 태도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나는 그게 그렇게 어려운 요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일이 서툰 사람은 얼마든지 도와줄 수 있다. 모르면 다시 알려주면 되고, 실수하면 고치면 된다.
그런데 배우려는 마음이 없어 보이는 사람에게 같은 설명을 반복하는 건 전혀 다른 문제다.
그 과정에서 나도 지치고, 결국 내 일까지 더 힘들어지니까.
그렇다고 현장에서 나를 힘들게 했던 사람이 동료뿐인 것도 아니다.
몇몇 현장 관리자의 무례한 말투나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 역시 기억에 남아 있다. 현장 사원에게 요구하는 기준과 정작 자신들이 보여주는 태도가 다르다고 느꼈던 순간도 있었다.
그런 이야기는 다음에 기회가 되면 따로 해보려고 한다.
다행히 쿠팡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이 모두 이런 건 아니다.
오히려 자기 일 묵묵히 하면서 옆 사람까지 챙기는 사람들이 훨씬 기억에 남는다. 그런 사람들과 일하는 날에는 일이 아무리 힘들어도 마음은 한결 편하다. 끝에는 웃을 수도 있다. 약간의 전우애가 느껴지기도 하더라. ㅋ
반대로 별로 힘들지 않은 날에도 사람 때문에 진이 빠지는 경우가 있다.
참 희한한 일이다.
체력이 떨어지면 쉬면 되는데, 사람 때문에 지친 마음은 쉬어도 쉽게 풀리지 않을 때가 있다.

3년 동안 일하면서 몸은 제법 적응한 것 같다.
그런데 사람에게 적응하는 건 여전히 어렵다.
어쩌면 앞으로도 계속 그럴지 모르겠다.
그나저나 다른 센터나 공정은 어떨까?
일을 못하는 건 얼마든지 이해하겠는데, 일하려는 태도 자체가 보이지 않는 사람까지 이해해야 하는 걸까?
나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내가 부족한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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